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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Kim Minhye

Q. 왜 쓰는가?
흠칫 놀랐던 까닭은 왜 쓰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부끄럽게도 그렇다. 화가는 남겨둔 문장이 없다고 한다. 기필코 그려내기 때문이다. 나는 기어코 문장만을 남겨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쓴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나라는 여과장치를 통하여 내 안에 걸러지고 남은 세상을 모조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일단 쓴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글을 쓸 땐 머릿속에 떠오르는 특정 대상을 지우고 자기검열도 덜 한다. 의도한 대로 읽히기를 바라는 기대나 강요를 작품에서 최대한 덜어낸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하는 순간 틀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로 하여금 자칫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외면당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글이 되리라 믿는 까닭이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초월번역. 그 밖에도 시 같은 소설이나 소설 같은 시처럼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인 시도들, 그로써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 들거나 그 너머에 있는것들과 마주하고 싶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어떤 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되는 것. 배가 곯아도 아무것이나 주워 먹지 않고, 내려놓았던 것들을 다시 주우러 부리나케 꽁무니를 내빼지 않게 되는 것.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 무한한 영감의 홍수 속에 오래도록 잠겨 지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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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엽 Jeong Sunyeop

Q. 왜 쓰는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도 있는 것 같다. 칭찬과 인정에 대한 갈망. 나도 잘하는 게 하나 있다, 라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싶은 욕망.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쓴다. 어떤 장르를 염두에 두고서 쓴 적은 아직까진 없다. 간략하게 구상을 한 다음에 곧장 초고를 쓴다. 구상에서는 분량이나 시점 같은 걸 결정하고, 지난번 작품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들을 떠올려보고, ‘지금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데에 집중한다. 대개는 몇 개의 단어들이다. 거의 아무것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자료조사나 구성을 거치지 않고 초고를 쓰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글이 나올 때까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이제 이것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상, 초고, 퇴고, 디자인 의뢰, 입고, 이런 순서를 반복한다. 보통은 디자인 의뢰를 할 즈음 새로운 소설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게 정말 이런 걸까? 초고를 작업하면서 그런 생각을 틈틈이 하는 편인 것 같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면 계속 쓰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지운 다음 새로 쓴다. 문장만 하나씩 떼어놓고 본다면 쉬운 단어로 잘 이해가 되게 쓰고 싶다. 반면 이야기 자체는 좀 복잡하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가능해지도록 만들고 싶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웹소설이다. 긴 시간 동안 고민했다. 5년 정도. 해야지, 아니야. 해야지, 아니야! 작법서를 샀다가 버리고, 또 샀다가 다시 버리고! 양쪽의 힘이 엇비슷해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젠 고민하는 것에도 지치는 기분이 든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라 “너희들 알아서 해!” 하며 멀리 떠나버릴 수도 없다. 고민의 끝에 도대체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며칠 전에 웹소설 책 한 권을 샀고, 오늘 또 한 권을 샀다. 당연히 예전에 다 구매했던 것들이다. ‘아니야 파’는 즉시 비상소집령을 내렸고 여름휴가를 떠났던 병사들이 투덜거리면서 속속 부대로 돌아오고 있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시작할 때에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소설 쓰기’라고 하는 생각이 십삼 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그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은비 Kim Eunbi

Q. 왜 쓰는가?
나 자신이 가장 담대해지는 순간이기 때문.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진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사랑을 쓴다. 습관적이면서 동시에 본능적인 것 같기도 하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심으로 진실할 것. 현실에서는 그런 고백들을 보기 힘들므로.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다루고 싶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운이 좋게도 여전히 쓰는 삶에 있다는 것.
최세운 Choi Seiwoon

Q. 왜 쓰는가?
쓸 때마다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무리에 속하지 않아도 되고 섣부른 농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며 내게 특별한 일이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어둡고 외로워질 때 쓴다.
현관문처럼 깜박거리는 커서를 보면서 문장을 이어간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감각해 내는 것.
그려질 수 없는 것을 형상화하는 것.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찍은 사진과 아주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사진집.
그리고 단편영화 시나리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도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과 다섯 평쯤 되는 나의 작업실.
황수영 Hwang Sooyoung

Q. 왜 쓰는가?
사실 잘 모르겠다. 왜 쓰는 걸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그 모든 이유를 합쳐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것에 가까워지려고 계속 쓰게 되는 걸까. 역시 잘 모르겠지만 일단 쓰는 것이다. 그만 쓸 때까지.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쓰기 전에 무엇을 쓸지 정해놓고 쓰거나 무엇을 쓰고 있구나 알면서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 쓴 후에야 무엇을 썼는지, 왜 쓰게 된 건지 뒤늦게 알게 될 뿐이다. 쓰기에 대해 육하원칙으로 묻는다면 한 가지만 분명히 대답할 수 있겠다. 누가 쓰는가. 나. 혼자 있는 나.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 그러니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척하지 말자고, 혹은 내가 가진 것이 전부라 착각하지 말자고 늘 다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생활을 잘하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시간이 오래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글. 어느 한 시절에 완전히 갇히지 않는 글. 어디로든 언제까지든 흐를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쓰는 것이야 말로 도전이 아닐까.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까지는) 계속 쓰고 있다는 것.
정다정 Jeong Dajeong

Q. 왜 쓰는가?
목소리를 갖기 위해 쓴다. 글을 쓰기 전에 희미했던 목소리가 쓸수록 또렷한 모양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유 없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장면을 받아 쓴다. 인물들을 만들고, 그들이 말을 하고 걸어다니기를 기다린다. 언어로 만든 프레임의 안과 밖을 인물들이 드나드는 순간을 받아 쓰고자 한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화. 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번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한다. 대화 속에서 의문들이 생겨나길 바란다. 이상한 세계를 엿보기를 바란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영상과 같은 문법을 지닌 시를 써보고 싶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자연스럽게 먹고, 걷고, 잠에 들듯이 글을 쓰는 것
최유수 Choi Yusu

Q. 왜 쓰는가?
말할 수도 말해질 수도 없는 것들에 다가가기 위해 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말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하는 자세로 쓴다. 눈꺼풀 바깥의 세계를 믿어보기 위해 쓴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홀로 생각을 끌고 가는 편이 좋았다. 그래서 스스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추상에 심취해 있었고 한동안 사랑에서 비롯한 목소리를 받아 썼다. 그 뒤로는 내재된 불안에 대해서든 나 자신의 결함에 대해서든 말로 꺼내고 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썼다. 그런데 늘 안에서 맴돌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쓰는 일이 투명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쓰는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을 벗어나보기도 하고 싶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아름다울 것. 그리고 얼마나 서로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거의 현실에 가깝게 믿어지는 살아있는 세계를 창조해보는 일.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멈추지 않고 몰두하며 쓰고 있는 나.
오수영 Oh Suyeong

Q. 왜 쓰는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만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우선 말 그대로 ‘좋아서’ 쓰고, 이후에 의미를 발견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마도 글쓰기가 흘러가는 방향으로 무작정 휩쓸리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정신없이 사람들 뒤를 쫓는 와중에 누군가 내 어깨를 돌려세워 이렇게 말해주는 기분이랄까. 너 지금 경로를 이탈하고 있다고. 그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서 경로를 다듬곤 한다. 글쓰기가 아니라면 누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글쓰기의 과정이자 결과라고 믿는다. 애초부터 글쓰기가 내 삶의 멘토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진 않는다. 이제 이렇게 스스로 묻는다. 좋아서 쓰는 일이 가끔은 내게 회초리까지 들어주니 이 얼마나 지독한 행운이냐고.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일상의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풀어서 쓴다. 직접 경험하고 느껴본 감정만을 쓴다는 점에서 나의 글은 에세이 형식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 탓인지 매 순간을 남들보다 오래 부여잡고 있는 편인데, 그게 일상에서는 간혹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지만 글을 쓸 때는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직접 관찰한 나의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순간의 장면(감정, 사건)을 사진 대신 문장으로 담아두는 일상의 기록이다. 주로 산문의 틀에 기록을 담지만 때로는 소설이나 시를 닮은 틀에도 담아두고 있다. 그 장면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든 나는 그것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글을 쓸 때의 나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글의 형태와는 별개로 읽는 사람들은 나의 글에서 따뜻한 시선만 담아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도 할퀴지 않는 글을 쓰려 노력한다. 아무리 조심스러운 문장에도 누군가는 베일 수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것일 뿐, 그것이 날카롭지 않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문장을 다듬을 때 그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다. 최대한 다른 사람의 상황에 이입해서 내가 사용한 단어와 문장이 충분히 뭉툭한지 계속해서 읽어보며 수정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차리리 자신이 먼저 웅크리는 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속의 나는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성복 시인의 산문에는 ‘저공비행’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산문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반면 시는 늘 공중을 비행하고 있다고. 비행기가 공습을 할 때는 최대한 낮게 날아야만 하는데 그것은 아주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시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적당한 태도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저공비행’이 아닐까 하는 문장이었다. 나는 그것을 ‘시가 될 수 있는 산문’으로 이해하고 싶다. 너무 낮아 땅에 추락하지 않고, 너무 높아 눈에서 멀어지지 않는, 그런 저공비행 같은 글.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는 고독한 비행이 될지라도 언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연료가 떨어져도 그리 슬퍼하진 않을 것 같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다행히도 문장의 생김새와 감정의 흐름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성실함이 유일한 무기인 나의 삶에는 무엇을 잘하게 되는 비법 같은 걸 가져본 적이 없다. 비법을 가져볼 수 없기에 성실할 수밖에 없던 것 같기도 하고. 무작정 계속 쓰다 보니 적어도 과거의 글보다는 조금씩 매끄러워지고 있f는 것 같다. 하지만 글의 발전이 나라는 사람의 발전과 늘 맞물리는 것은 아니기에 이 부분을 성공이라 정리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유일한 무기라고 믿었던 성실함이 오히려 강박이 되어 나의 일상을 좀 먹는 괴물이 된 기분을 알까. 나는 여전히 그 괴물을 길들이려 애쓰는 중이다.

박혜숙 Park Hyesook

Q. 왜 쓰는가?
인터뷰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문장을 쓰고싶었지만 왜 쓰냐고 물으니 그냥, 생각이 나서. 종이위에서 만큼은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고싶어서.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깊이 생각하려니 이거야 말로 간단 명료한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절을 진심을 다해 마음을 다해 쓰고 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으니까 굳이 과대포장 없이 빨리 꺼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 마음을, 그 바람으로 쓴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쓰는 글은 대부분이 소소한 일상들, 그 안에서의 문장들을 작품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글을 쓸때 누구보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뭔가를 의식하면서 그럴 듯한 말로 고쳐쓰는걸 좋아하지 않아, 내 마음에서 나온 첫문장을 가장 믿고 의지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첫문장이 내게는 늘 한편의 시로 금방 써지는데 성의가 없는건 아니고 망설임이 없는거 같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자신하는게 아니다. 자존감 처럼 솔직하고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멋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심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문장이 조금 서툴러도 다 전해진다고 믿고있다.

Q. 글쓰기에서 주의되는 부분이 있다면?
감정조절이다. 솔직하게 글을 쓴다고 내 감정을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 전달할 수 있지도 않고 그렇다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 또한 책을 좋아해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 혼자 울고 웃는 이야기에 먼저 지치고 허무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나 역시 늘 어렵다. 내가 쓰는 글에서 내가 빠진다는 것은,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면서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발 정도만 떨어져 나를 보는 노력정도는 하고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신파라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건조하게 쓴 문장들이 더 슬프게 닿는다고도 한다. 그래서 글은 마음대로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 흔들리고 자꾸 돌아볼 수 밖에 없다. 나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완벽한 글을 쓸 수도 없고, 아주 완벽하지도 않지만 아주 불행하지도 않는 삶을 바라듯이 그 바람의 방향으로 가보는 거다. 삶도 그렇듯 똑같아 보여도 매순간 조절하며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쓰는동안 읽는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고 있는건 아닐까. 내게도 그랬듯 그럼에도 책은 늘 따뜻했으니까, 마음은 조절하는 기계는 아니니까.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변함없이 있고, 내가 일한만큼 노력한만큼 얻은 결과물에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할때도 있지만 매일 문을 열 수 있는 커피수기와 언제든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수 있어 읽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이라 나약해서 이런 일상이 감사하면서도 지쳐 지겹다 주저앉다가도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 매 순간이 다르다는 것을 내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있는 지금이 남들이 말하는 성공은 아니겠지만 내게는 충분하다. 지식이 쌓이고 학력이 쌓이고 경력이 쌓이고 돈이 쌓이고 인맥이 쌓이고 성공의 모습은 여러가지고 그중에 정답도 없고 비교할 이유도 없고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도 없고 누가 위고 아래고 그건 그런 탑을 쌓는 사람들에게나 치열하지. 누가 와서 조금 흔들어대도 무너지지 않는 나의 엄마 아부지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도 나는 충분히 성공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성공한 모습을 그리며 장래희망으로 적었던 나는 작가가 되어 이룬 꿈을 매일 써먹으며 살고있으니 매일이 성공인거다. 적어도 부끄럽지 않았다고 적을 수 있는 내가.
김경현 Kim Kyunghyun

Q. 왜 쓰는가?
사람을 위하여.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세상에는 듣고 싶은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데, 되도록 그 생각이 잘 무르익었을 때 들려주고 싶어요.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 시선이 담기길 바랍니다.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 모두를 바라보는 제 3의 시선. 글을 읽었을 때 자신이 어디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글을 읽고 눈을 감았을 때, 문장의 풍경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어요. 단어로 수채화를 그릴 수 있으면 좋겠고, 언어로 기억에 남는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사람이 아닌 것들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위해 계속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엄지용 Eom Jiyong

Q. 왜 쓰는가?
순간들을 잊을까 무섭고, 잊기 싫어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게 습관이 되었다. 기억에 없는 순간들은 결국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소멸되는 순간들이 두려워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쓰기’ 자체의 힘을 믿기도 한다. 쓰다 보면 내가 쓰고 있는 그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쓴다는 것은 무엇에 대해 깊어지는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마찬가지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왜 쓰는가’를 쓰려고 하다 보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깊어지려 쓴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무엇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살다가 쓰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쓴다. 쓰고 싶은 순간, 쓰고 싶은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 써야 내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떤 감정은 비유해야 드러나고, 어떤 감정은 직설적이어야 드러나더라. 내가 드러내고 싶은 감정을 정해두고, 혼자 이렇게 저렇게 써본다. 있는 그대로 일기를 쓰듯 써보기도 하고, 극본을 쓰듯이 가상의 상황을 정해두고 그 상황을 중계하듯 쓰기도 한다. 그러다 이정도가 최선이라 여겨지면 그 버전을 남겨둔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솔직함. 그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작품이란 창작자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작품 = 창작자(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대할 때 그걸 만든 사람, 쓴 사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나 역시 나의 작품에서 내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내 작품을 읽고, 독자가 ‘이 작가는 이런 사람일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내 호흡으로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읽는 사람이 어떤 속도, 어떤 호흡으로 글을 읽느냐가 어떤글의 느낌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글도 그 호흡 때문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쓴 시는 내가 읽는 호흡으로 독자들도 읽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걸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문단 구성과 쉼표 사용, 띄어쓰기 등을 의식하는 편이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쓰거나 띄어쓰기 등을 일부러 틀리게 쓸 때가 있는데, 그것도 이를 위해서다. 쓴 사람의 호흡과 읽는 사람의 호흡이 같다면, 그만큼 그 글과 그 시가 담은 느낌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쓴 내 호흡과 같은 호흡으로 읽히는 시들을 쓰고 싶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어떤 성공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1차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결국 써내는 것자체가 성공이다. 써낸 작품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성공이다. 내 작품을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성공이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다. 특별히 성공의 모습을 하나로 규정지어 놓지 않는다. 별로라고 생각한다.
서현범 Seo Hyunbum

Q. 왜 쓰는가?
재밌어서. 재밌는 게 최고야!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책 한 권을 엮어내는 작업이 아닌, 평상시의 글쓰기에서는 주제를 특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떠오르는 것들이나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쓴다. 그러다 보니 대중없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부분 내 머릿속 생각들이라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진 않지만...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메세지. 그걸 어떻게 담아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더 적게 쓰면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것. 읽기에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읽을 때 보다 읽고 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출판사 별빛들에서 책을 낸 것?
김고요 Kim Goyo

Q. 왜 쓰는가?
안 쓰고 싶다 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도 못 쓰면 어떡하지 몇 번이나 걱정한다. 마음에 무슨 불이 들어있는 것 같다. 답답해서 어느 정도 쌓이면 그냥 써진다 그리고 나서 쓴 걸 보면 소중한 무언가를 가진 것 같아 혼자 예뻐서 끙끙 앓는다. 나중에 보면 뭔 개소리야 할 지라도.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쓴다. 이해가 안 가니까 처음 느낀 불편함을 쓴다 쓰면 좀 이해가 갈까 해서 쓰면 좀 덜 불편할까해서 말이 두루뭉슬한데 그냥 마음에 걸리는 모든 걸 쓴다 안타까움 슬픔 기쁨 미안함 등등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어가 '예쁜가' 이다. 여기서 예쁜가는 프리티의 예쁨은 아니고 내가 한 문장 한 문장 예쁜마음으로 소중히 여겼는지를 본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에 걸릴만 한 지 본다. 내 마음에 걸린 것들이 당신도 그랬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장르. 장르다. 나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수필도 좋다. 나는 사실 나름 멋있는 사람이다. 매력적인 말들도 꽤나 안다. 하지만 늘 쓰고 나면 시다. 여러마음만 펼쳐놓고 아무것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 같은 글 말이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글을 써서 판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살 정도의 여유와 (다른 일 없이도?ㅎㅎ) 기분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 정도 ㅎㅎ 나는 기분을 감추는 일이 힘든건 아닌데 너무 억울하다. 너무 어렵고 거창한 성공을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써놓고 보니ㅎㅎ
이학준 Lee Hakjun

Q. 왜 쓰는가?
가시가 돋친 나머지 저 혼자 꽁꽁 싸매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한번 써봐야겠다 결심을 했습니다. 쓰는 동안 내내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다 쓰고 난 후, 하나도 가시가 아니라는 듯 이야기들은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엔 이런 변화가 즐겁고 고마워서 글을 썼다면, 이제는 읽는 사람들도 저와 똑같은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머리를 싸매기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와줄 때까지 기다리는 편입니다. 정말로 쓰고 싶은 이야기와 만났다면, 그것이 빠져나가지 않게 당장 책상에 달려가 앉습니다. 그러나 쓰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글솜씨가 발휘되어 손이 그걸 따라가다가 덜컥,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치고 또 고쳐도 완벽한 글은 없더라고요. 결국엔 쓰는 당시에 내가 얼마만큼 흠뻑 취해 썼냐가 제 글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짓는 것 같습니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떠오른 이야기가 없이 글을 써보겠다고 책상에 앉으면, 내가 쓰는 글은 수필인데도 소설 마냥 글을 지어내게 되더라고요. 따라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와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들이 제겐 도전입니다. 물론 그사이에 저는 오감을 작동 시켜 다가올 이야기에 미세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그 누구보다 이 일을 오래할 거란 자신감.   
이광호 Lee Gwangho


Q. 왜 쓰는가?
불분명한 경계 위에 우글대는 생각이 너무 많다. 덜어내다 보면 분명해지는 찰나가 있겠지.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안팍으로 내가 경험하고 감각하는 세계를 쓴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닿는 것.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내어 놓는 것이 작품인데, 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닿는 것이 무조건 첫 번째고, 첫 번째는 항상 중요하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나의 언어를 갖는 것.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나의 글이 누군가의 무엇이 되었을 때.